[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연두

2017-04-13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연두

당신의 머릿결만 같은

저 연두로 옷 한 벌 지어 입으면

오랜만에 숙면이 올 것 같다



-나석중(시인)



천지사방에 연둣빛 바람이 분다. 그 사이로 아련한 옛사랑이 오고 있다. 천만사 실버들 늘여놓고 한소끔 불어오는 봄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면 당신은 애인의 머릿결에 휘감겨보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는 법. 세월 탓일까, 아니면 분화구처럼 들끓고 있는 세상사 때문일까. 숙면에 들지 못하는 날들의 연속임에는 틀림없다. 세상이 온통 노이즈(NOISE)를 선언하고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혼돈 속이다.

하지만 나석중 시인은 ‘잡음’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분이란 걸 나는 안다. 시를 사랑하고 돌을 사랑하며 사람을 사랑하는 시인이란 걸. 놓인 그 길 걸으며 매번 하늘을 우러러 본다는 것도. 그러니 일흔 훌쩍 넘은 나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은 늘 생동감이 넘치는 것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