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의 말숲산책] ‘곤혹’을 느끼고, ‘곤욕’을 겪고

2017-04-11     허훈
‘곤혹’과 ‘곤욕’은 잘 혼동해 쓰는 단어다. 그러다 보니 ‘곤혹’으로 표현해야 할 곳에 ‘곤욕’으로 하거나, ‘곤욕’을 써야 할 자리에 ‘곤혹’으로 표현해 엉터리 문장을 만들곤 한다. 낱말 형태가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다. 하지만 ‘혹’과 ‘욕’을 뜻풀이하면 헷갈릴 이유가 없다. ‘혹(惑)’은 ‘미혹하다, 헷갈리어 마음이 어지럽다’라는 의미이고, ‘욕(辱)’은 ‘욕되게 하다, 거스르다’라는 뜻이다. 즉 미혹할 ‘혹(惑)’이고, 욕될 ‘욕(辱)’이다.

‘곤혹(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과 ‘곤욕(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의 용례를 보자. “파리만 날리던 가게에 갑자기 장마에 논둑 터지듯 주문이 밀려들어서 ‘곤혹스러울’ 지경이었다./머리가 좋아서는 상전에게 미움받기 안성맞춤이고 언제나 ‘곤욕’을 당하기 마련이다.”와 같이 쓰인다. 다시 말해 ‘곤혹’은 당황스러움을 느껴 어쩔 줄 모르는 상태이고, ‘곤욕’은 모질게 욕을 당하거나 겪는 것을 뜻한다.

신문기사 오용사례를 든다. “일설에 의하면 어린이들이 우노에게 ‘아저씨 야구공에 헤딩하는 방법 좀 알려 주세요’라며 우노를 ‘곤욕’스럽게 했던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곤혹)/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3천만 달러의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경기 도중 관중을 유혹한 사실이 알려져 ‘곤혹’을 치르고 있다.(→곤욕)” 다음 문장을 보자. “사생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의 얼굴에는 ‘곤욕’해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곤욕’을 ‘곤혹’으로 고쳐야 바르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