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의 말숲산책]헷갈리는 ‘임산부’와 ‘임신부’

2017-04-17     허훈
요즘 어딜 가나 주차전쟁이다. 운전자라면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차를 이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주차장이라도 이곳만은 띄엄띄엄 비어 있곤 한다. 임산부(임신부) 전용 주차공간이다. 슬며시 그곳에 주차했다간 딱지 끊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 전용 주차공간이 ‘임산부’일까, ‘임신부’일까. 아니면 둘 다 맞을까. 아리송하다. 세워진 주차 팻말도 그렇고, 바닥 그림도 그렇다.

‘임산(妊産)’은 ‘아이를 배고 낳는 일’을 의미한다. 즉 아이를 밴 여자와 갓 낳은 여자를 아울러 사용할 때에만 ‘임산부’라는 말을 쓴다. ‘임신(妊娠)’은 ‘아이를 뱀’을 뜻한다. 다시 말해 현재 아이를 배어 배가 불룩한 여자는 ‘임신부’이다. ‘임산부≥임신부’인 셈이다. ‘임산부’는 ‘임신부’를 포함한 말이다. 즉 임산부는 임부(아이를 밴 여자)와 산부(아기를 갓 낳은 여자)를 합친 개념이다. 그러니까 ‘임산부로 북적이는 산부인과’로 표현해야 적절하다.

다음은 ‘임신부’로 쓸 자리에 ‘임산부’로 잘못 표기한 예이다. “경찰이 밝힌 교통사고 자해공갈단에 6세 여아는 물론 출산을 눈앞에 둔 만삭의 ‘임산부’도 끼어 있어 혀를 내두르게 했다.(→임신부)/차를 많이 마신 ‘임산부’가 출산한 아기들 가운데 이분척추증이 나타난 빈도가 높았다는 것.(→임신부)” 다음과 같이 표현하면 맞을까, 틀릴까. “이 자리는 배가 부른 ‘임산부’를 위한 자리입니다.” 임산부와 임신부의 차이점을 알면 혼동하여 쓸 이유가 없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