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소금(주강홍)

2017-05-14     경남일보
[경일시단] 소금(주강홍)

맨발이었다

사막을 혼자 걸어 나왔다

초승달을 걸머지고 별을 점치며

폭풍의 모래 언덕을 넘었다

야르딘은 더 이상 마법을 걸지 못했고

신기루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바람일 뿐 이었다

피 맛을 아는 전갈은 비틀어진 발뒤꿈치를 노렸고

늙은 여우는 지쳐가는 눈빛을 영악히 읽고 있었다

반달칼에 찢겨진 하늘

이념의 깃대에 잠시 펄럭이긴 했지만

갈증의 시대를 가리진 못했고



맨발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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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결정체다. 시련과 인내 속에서 껍데기를 버리고 알몸으로 남았다. 달에게 무수히 길을 묻고 별을 헤아리며 바다가 알갱이로 남았다. 가두어진 바다는 제한을 벗어날 수 없었고 신이 더 이상 다가올수 없는 경계, 신과 인간의 경계에선 별다른 수식없이 융해와 침잔의 저 깊은 곳에서 내가 드러나져 있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