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터져라, 꽃

2017-06-01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터져라, 꽃

꽃놀이는 못 가고

산수유나무 꽃심지에

불이나 댕기고 앉았다



-김영빈



오, 놀라워라! 이보다 더 스페셜한 꽃잔치가 또 있겠는가. 문학에서 상상력의 힘은 이리도 크다. 실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능력이라니. 아마도 3월이겠다. 산수유와 더불어 매화축제·벚꽃축제 등 사방이 꽃잔치로 들끓었을 즈음, 그 대열에 끼지 못하는 심경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판타지적인 경험으로 연결하는 순간이다.

이미 꽃망울을 심지 삼아 불을 댕긴 상태이니 빗나가지 않는다면 천지가 환하게 물들 것이라 짐작해 본다. ‘하루’ 또는 ‘오늘’이라는 이름의 꽃으로 피어나 ‘희망’의 꽃말을 우리에게 골고루 나눠줄 것이 틀림없다. 지난밤의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저 빛은 더욱 밝아 불가능한 것을 이루고 말 테니까./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