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정승재(객원논설위원)

2017-06-08     경남일보
얼마 전 새 정부의 첫 총리 인준을 두고 제1야당의 당적을 가진 한 비례대표의원이 그 당의 당론인 표결불참을 거부하고 홀로 표결에 참여, 찬성표를 던진 해프닝이 있었다. 그 의원은 자신이 소속한 당의 분당사태가 났을 때 이미 몸과 마음을 다른 당으로 옮겨 활동하면서 스스로 출당을 요구한 바 있다. 탈당하면 비례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국구의원’으로 불리기도 했던 비례대표는 지역대표를 뽑는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자에 투표하지 않은 ‘사표(死票)’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지역 선거구제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만들었다. 따라서 당에서 비례대표후보를 선정할 때는 각 분야의 명망가 혹은 직능대표를 뽑아 철저히 당 정체성과 정책기조를 연관시켜 확정한다. 당과 직·간접적 오랜 교분을 통해 ‘그 당 사람’에게 주어지는 천재일우(千載一遇)와 같은 기회로 등원하는 것이다.

▶그러한 비례대표의원이 출당을 요구하면서 대척점에 있는 정치세력에 동참했다. 일각에서는 소신으로 칭송도 한다. 만부당한 일이다. 그 당이 싫으면 탈당하고 의원직을 내놓으면 될 일이다. 당의 옳고 그름의 차원 이전에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도리가 못된다.

▶국회의원직을 놓지 않겠다는 비겁한 짓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유권자 뜻과 배치된 치졸한 행패라 할 만하다. 개인득표가 아닌, 정당득표율에 근거해 만들어지는 비례대표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그렇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