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 )(김임순)

2017-06-07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  )

사랑도

그리움도

언젠가는

홀로 견뎌야 할

목마름으로 남는 것



-김임순(소설가)



‘모로 누우면 눈물이 난다’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 속에서 한때 텅 빈 괄호처럼 서성였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홀로 견뎌야 한다’는 문장에서 왜 자꾸만 감정이 추스르지는 걸까.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유월의 한낮이다. 한 모금의 물로 목을 축이고 있으니 길 위의 식사다. 아니, 한 치도 비껴나지 않는 그림자에 발목을 묶인 채 오늘 이 하루를 견뎌야만 하는 위험한 식사다. 그렇듯 너를 향한 내 사랑과 그리움도 끝내는 홀로 견뎌야 할 목마름이라고 작가는 예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에 적셔 삼켜도 좋을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홀로 견뎌볼 만한 세상이지 않겠나.

터미널에서 포착한 영상이라며 SNS로 디카시 한 편을 건네받았다. “제목은 없어요”라는 그녀의 ( ). 독자들의 감정이 궁금해진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