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얼굴 (이산 시인)

2017-06-11     경남일보
얼굴 (이 산 시인)

숲으로 갔다
완성되지 않은 얼굴에
눈썹을 그려 넣어주었다

기우(杞憂)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수시로 지워지는 얼굴은
서로
떠올려 주어야 한다

늦은 밤, 문자가 왔다
멀리 와 버린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쓴 멍 자국이다
너를 오래오래 지우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깜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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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의 사람들 또는 깊이 숨겨둔 사진첩의 흑백의 기억들이 문득 그리울 때가 있다.

시간의 사슬에 꿰였다가 흐트러지는 사연들은 치열하고 간절했을 때 더 그렇다. 모자이크처럼 조합되는 아득한 그에게서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면 그것도 온 가슴을 태운 사연이었다면, 그의 밤은 무척 어두웠을 것이다. 해가 져야 별이 뜸을 이제 알겠다. 갑자기 어지러운 것은 순전히 지구의 자전 탓이다.(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