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의 말숲산책] ‘첫 번째’와 ‘첫째’의 쓰임

2017-05-23     허훈
‘첫 번째’와 ‘첫째’는 그 쓰임이 다르다. ‘번째’는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는 말로 의존명사다. 그래서 ‘세∨번째/몇∨번째’와 같이 앞말과 띄어 쓴다. ‘번째’의 예를 든다. “골목을 지나 한길이 나오면 그 길에서 ‘세 번째’ 집이 우리 집이다./우리 팀은 이번 경기를 포함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하였다./ 오늘 생애 ‘아흔아홉 번째’ 홈런을 터트린 그는 이제 100호 홈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기염을 토했다.” 등이다.

‘첫째’는 수사 관형사로 ‘순서가 가장 먼저인 차례. 또는 그런 차례의’를 의미한다. “수술 환자를 다룰 때는 ‘첫째’, 마취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혈액을 취급할 줄 알아야 하고….≪홍성암, 큰물로 가는 큰 고기≫/시리즈물의 ‘첫째’ 권/우리 동네 목욕탕은 매월 ‘첫째’ 주 화요일에 쉰다.” 등이 그 예다. 몇 가지 종류가 있을 때 이를 나열하려면 ‘첫째’, ‘둘째’, ‘셋째’로 나열해야 하고, 여러 번 한 일을 하나씩 나열할 때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로 나열한다.

즉 여럿을 차례대로 가리킬 때 맨 처음 것이 ‘첫째’이다. 이에 비해서 횟수를 나타내는 경우에 맨 처음 회가 ‘첫 번째’이다. 오용 사례를 든다. “어느 날 ‘첫 번째’ 아이 돌잔치를 한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첫째)/‘첫 번째’가 수비, ‘두 번째’가 리바운드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첫째, 둘째)/이번 앨범은 콘서트의 구성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며 ‘첫 번째’ 트랙의 ‘프레이어’는 그레고리 성가 같은 이색적이면서도 엄숙한 느낌을 허밍으로 표현했다.(→첫째)”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