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찻물의 내변內辨(김혜천)

2017-06-25     경남일보
[경일시단] 찻물의 내변內辨(김혜천)


투명한 유리 주전자에



물 한 사발 푸른 불꽃 위에 올린다







해안蟹眼-하안蝦眼-어목魚目-연주連珠-용천慂泉-등파고랑騰波鼓浪-세우細雨







게의 눈알 만하게 바닥에 들러붙은 물의 꿈



바닥을 딛고 떠올라 새우의 눈을 뜨고 세상을 엿본다



점점 넓어지는 동공, 둥글고 또렷한 물고기의 눈으로 대양을 헤엄친다



수면으로 떠오르며 구슬을 꿰듯 끝없이 이어지는 의문



심연의 고요가 거꾸로 치솟는다



마침내 북을 치듯 파랑이 일듯 한바탕 끓어오르고서야



잔 빗방울이 수면 위에 내리듯 잦아드는 물







그저 바라보고 기다릴 뿐



잘 익어 한 잔의 차가 되어 쓰여지길 기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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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주전자 안의 물이 끓는 내변(內辨)을 시로 재구성했다. 차인(茶人)들의 기초이론 지식일 것이겠지만 시인은 직관의 눈으로 관조하고 상상력을 가미하여 새로운 생명을 내재 시켰다. 주변의 사물을 깊이 관찰하고 자기감정을 이입하여 독자들에게 의미의 공간을 주는 기법이 절묘하다. 모든 대상을 객관의 눈으로 내려놓았고 생의 섭리를 나직이 전하고 있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