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셀카 명소’ 맞습니까

김귀현기자

2017-06-26     김귀현
얼마 전 모 지역의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일본 기모노 체험이 진행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것이었는데, 이를 흥미 위주로 삼았다는 이유였다. 역사학자 정우용 씨는 이를 두고 “근대문화 체험을 하려면 인력거꾼이나 지게꾼 옷을 입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유는 달랐으나 어떤 지역으로 여행을 가고, 이름난 곳을 찾을 때면 고민에 빠졌다. 현재와 과거가 어우러진 곳일수록 고민은 깊어졌다. 기왕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을 찾았다면 제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거리나 마을로 조성된 몇몇 지역에서는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과거 흔적만 빌려온 기색이 역력했던 탓이다.

지난주 역사가 심용환 씨는 창원에서 인문학 식탐 공연을 이끌었다. 심용환 씨의 말은 고민에 다시 돌을 던졌다. 지역에 남은 일제 침략의 역사를 두고 꺼낸 말이었다. 그는 역사가 ‘예쁘고 맛있고(맛있는 음식을 파는) 오래된 곳’, ‘한복 입고 셀카 찍는 장소’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의 자원을 오늘날의 이야기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뜨는 곳’이 유행을 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몇 안 되는 역사의 조각이 ‘셀카’ 배경으로만 쓰여서도 안될 것이다.

여행에 나설 때 할 만한 새 고민이 생겼다. 우리는 지금 얼마나 역사와 가까이 있나. 우리의 역사 자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