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두 번째 기일(忌日)

2017-07-06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두 번째 기일(忌日)



꽃은 지기 위해 피고

온전함은 비워내기 위해 있는 것

그래도 저 계단을 혼자 오르시는

엄마의 뒷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아버지 안 계셔도 찬란한 봄날





-이은림(시인)

피었다 지는 꽃이 그러하듯 이 땅에선 누구나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이 아닐까. 무너졌던 마음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는 저이. 갈림길에서 놓쳐버린 남편을 추억하려는 걸음의 뒷모습이 참 쓸쓸하다. 어머니는 저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아픈 기억보다는 둘만의 행복했던 순간이 아마도 먼저 스쳤겠다. 첫 만남을 더듬으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짓다가 첫 아이의 울음을 기억하곤 눈시울을 적시기도하며 한 걸음 한걸음 남은 생의 계단을 건너는 것이리라. 길 위를 걷다 보면 알게 된다. 한 발이 앞서면 꼭 한 발은 뒤로 물러난다는 것을.

그러니, 서러운 봄날에 들러 전쟁 같은 여름의 복판을 지나고 다시 돌아 봄을 향하는 사방에서 꽃들이 저리 아우성치는 까닭을 알겠다. 부디 힘내시라고…./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