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그림자(조정이)

2017-07-09     경남일보
[경일시단] 그림자(조정이)
 

구름을 건너 갔다

백일홍꽃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열꽃으로 눈 멀어

발자국 땅에 내리지 못한 채,

뒷골 너드랑 돌밭으로

떠난 아이가

구름 계단을 기어오르다

젖 냄새 쫓아

마른 벼락을 따라왔을 것이다



젖은 솜털을 꿈틀거리며

여름 내 내

햇살 도는 방향으로 발자국 따라오는,

어미가슴에

그림자로 묻혀진 꽃



석달 열흘 피었다 지고,

또 다시 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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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사천 박재삼 문학제 일반부 대상 작품이다. 마지막 몇 편을 두고 선자들의 긴 시간의 고민과 격론 끝에 이 작품을 선택 한 것은 관조와 치환의 기법이 무척 탁월하였고, 언어를 매만지는 능력이 오랜 수련이 이었다는 것에 귀착하였다. 미리 보낸 어린 것을 백일홍을 통해서 야윈 감성으로 투사하는 기법이 대단하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