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바느질

2017-07-12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바느질

너덜너덜 해진 것이 비닐봉지만은 아니다

아깝고 아까운 것이 비닐봉지만은 아니다

한평생 꿇어온 당신의 무릎이 굳고 있다

시간을 돌려세우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

손잡이가 점점 낡아간다 오래도 버티었다



-황성희(시인)



자원순환사회연대 보고에 의하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봉지는 약 190억 장이라고 한다. 하루에 사용하는 5,200만 장의 비닐봉지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원유는 대략 95만1600ℓ이며 이산화탄소 약 6,700톤이 발생한다는 보고이다. 우리 생활에서 비닐 백 활용 범위는 실로 엄청나다. 용도에 따라 종류별로 갖춰져 있으며, 무엇이든 담는 대로 다 받아주는 저 넉넉함.

우리 어머니, 어쩌자고 저 흔하디흔한 비닐봉지를 꿰매고 계실까. 바늘로 한 땀 한 땀 깁고 계시는 걸까. 정성을 쏟고 계시는 어머니를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너덜너덜해지도록 나를 담고 또 담아내신 당신의 生에 고맙고 미안한 맘이다. 버티고 견딘 무릎과 나날이 둥글어지는 몸피! 한없이 죄스러워지는 날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