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저것은 꽃이 아니다(조용미)

2017-07-23     경남일보

저것은 꽃이 아니다(조용미)

팔월의 땡볕 아래

쉰 냄새를 내며 타오르는 도로변의

축 늘어진 칸나의 무리들



코피를 뚝뚝 쏟으며

서 있는 저것들은

꽃이 아니다

꽃잎을 태우며



불볕을 마주 빨아들이고 있다

아스팔트가 물컹 녹아내린다

좌석버스가 신호를 기다린다



자기 모습을 오래 보여주는

칸나가 불편하다



시골 마을의 뒷담이나 잘 다듬어진 정원을

배경으로 삼지 않은 그들이

나를 놓아준다



버스가 움직인다

꽃에 불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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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의 혓바닥이 대낮을 핥고 있다. 태양은 더 달구어지고 아스팔트는 익어서 질펀하다. 열정에 몸을 맡긴 꽃들은 시선을 돌리자 불꽃으로 더 뜨겁다. 가로수의 매미도 간드러지게 지금이 한창이다. 세상이 지금 다 그렇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