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당신의 여백으로

2017-08-02     경남일보

 

당신의 여백으로

벼랑에 꽃 피운 나의 생애가 빛났다

-김인애(시인)

삶의 소용돌이가 한바탕 지나간 후에 느껴지는 이 고요함. 캄캄한 벼랑 위에 올라 하루를 건너야만 했던 生을 마침 자주달개비로 대변한 듯하다. 당신의 여백은 왜 이리도 꽉 차 보이는 것일까. 너무도 캄캄하여서 차라리 두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무색지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당신의 캄캄으로 인하여 내 생이 매 순간 빛났다’고! 참으로 가련하고 고마운 고백이지 않은가. 한 송이 꽃을 피우기까지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었던 흔적을 우리는 가슴으로 보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감사의 조건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은 곧 가을의 무서리도 두렵지 않을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리라. 이즈음에서 당신의 안부를 조용히 묻고 싶어진다. 두루 안녕하시지요?/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