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빈틈

2017-08-10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빈틈

그대에게 빈틈이 없었다면 나는 그대와 먼 길 함께 가지 않았을 것이네. 내 그대에게 채워줄 것이 없었을 것이므로. 물 한 모금 나눠 마시며 싱겁게 웃을 일도 없었을 것이네. 그대에게 빈틈이 없었다면.



-박성우(시인)





자신의 허점을 끝내 숨기려는 사람과의 관계는 별로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속내를 숨기고 빈틈을 내어주지 않은 사이에선 어느 것 하나 자리 잡지 못하였고 피워내지 못하였던 것이다. 사랑을 낳기도 하고 키우는 공간이 어쩌면 빈틈 아닐까.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필요를 채워나가는 진정한 반려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박성우 시인의 빈틈은 참으로 숭고한 사랑 고백이 아닐 수 없다. 함께 작용할 수 있는 접점에서 언젠가는 풀씨의 강한 힘이 뿌리내릴지도 모른다. 제 생명을 다해 꽃 한 송이 피워 올릴 것도 분명하다. 그러니 당신의 빈 곳을 배한봉 시인은 ‘아름다운 허점’이라고 노래하는 것 아니겠나./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