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의 얼굴없는 우체통 천사

김상홍기자

2017-08-13     김상홍
지난 3일 합천우체국 집배원이 우체통에 우편물을 수거하던 중 겉 봉투에 주소와 보내는 사람이 적혀 있지 않은 흰 봉투를 발견했다.

이 봉투에는 5만원권 10매와 친필 메모 1장이 들어 있었다.

메모에는 손글씨로 “너무 더운 날씨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어면 합니다. 어려운 분들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선행의 주인공은 2015년 9월 30만원을 시작으로 11월 40만원, 2016년 2월 50만 5000원, 6월 50만원, 지난 1월 50만원 등 총 6회에 걸쳐 270만 5000원을 우체통에 남겼다.

합천군은 친필메모와 필체, 동일한 우체통에 사용한 점 등으로 미뤄 ‘얼굴없는 우체통 천사’의 기부로 보고 있다.

합천에서는 그간 고액 기부 클럽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회원으로 가입한 이재철 삼성합천병원 이사장과 류순철 경남도의원 등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기부와 기탁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꾸준히 기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년째 거듭된 선행의 주인공에 대해 궁금증이 크지만 얼굴을 드러내건 드러내지 않건 기부는 아름답다.

그리고 우체통을 이용해 한결같이 익명으로 기부하는 것은 특별하다.

기부나 기탁의 어려움을 알기에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베풀라고 했고 또 선행을 한다는 마음조차 모르게 베풀라고 했다.

사실 온통 돈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 요즘 우체통 천사의 기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또 우리 주위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베푸는 선행은 천사가 다름없다.

세상의 훈훈함을 더해주는 아름다움이다. 그들이 있어 세상이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