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창] 사의 찬미

박도준(지역부장)

2017-08-17     박도준


나무와 풀들이 주인인 무인도에 부표들이 무리지어 누웠다. 허연 몸을 드러내고 해풍, 해무, 새소리, 갯내음 속에서 낮엔 파란 하늘이나 흰구름, 밤엔 달과 별들을 보며 옛 일을 회상하고 있다. 한때, 이 부표들은 밧줄에 묶여 고해 같은 바다에 얼굴을 처박고 바다 속만 보고 살았다. 돈과 명예와 사랑이라는 밧줄에 매여 고개 한 번 들지 못했다. 밧줄이 끊기면 죽는 줄 알았던 부표들은 파도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유롭게 떠돌기 시작했다. 고은의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 같은 떠돌이 부표 같은 삶도 쉽지 않았다. 암초, 절벽, 선박에 부딪혀 쪼개지기도 했다. 부표는 바다에 떠 있을 때만 부표이다. 나는 무슨 부표인가. 무인도 부표, 매인 부표, 떠돌이 부표….

박도준(지역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