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가장 극적인 천문현상
최창민(취재부장)

2017-08-31     최창민
극지방에 녹색계열의 빛이 커튼처럼 드리워져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오로라는 보는 이를 황홀경으로 이끄는 신비한 천문현상이다. 또 여러 개의 얼음고리를 가진 토성이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달 뒤로 살짝 숨었다가 반대편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기이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은 밤하늘에 카메라로 장시간 노출시켜 얻어내는 갖가지 형상의 무수한 별과 성단무리들은 말이 필요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가장 드라마틱한 천문현상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개기 일식이라 할 수 있다. 알려진 대로 개기일식은 태양-달-지구가 정확히 일직선에 배열되면 일어난다. 지구인이 운이 좋은 것은 태양이 달보다 400배 크지만 태양이 달보다 400배 멀리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정확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테두리만 보이는 금환식도 일어난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어지고, 태양까지의 거리가 다소 가까워지면 달의 시지름이 태양의 시지름보다 작아져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릴 수 없어 금가락지모양의 일식이 생긴다. 일련의 현상은 모든 지구인이 평생 한번 정도 볼 수 있는 확률이다.

최근 미국 서부에서 동부지역을 관통한 개기일식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를테면 달그림자가 지나는 곳에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하늘을 쳐다봤다.

일식 때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검은 태양주변에는 평소 볼 수 없는 백색빛의 코로나가 사방으로 뻗치고 붉은 불꽃 즉 홍염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현상은 약 2분 10초 정도 지속되는데 이 찰나를 전후로 두 차례의 다이아몬드링 현상이 발생한다. 일식모습이 다이아몬드반지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일식지역은 온도까지 떨어진다. 실제 개기일식을 목격한 사람들은 황홀경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과학적인 발전도 있었다. 100년 전인 1919년 5월 영국의 물리학자 에딩턴은 개기일식을 관찰하던 중 각도 상 물리적으로는 지구에서 볼 수 없는 태양 뒤편의 별 사진을 찍었다. 직진하는 별빛이 태양주변을 지나면서 강력한 질량(중력)에 이끌려 휘어진 뒤 지구에 있는 에딩턴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이른바 중력렌즈로 우주가 태양 옆에서 비틀어지는 현상이다. 직진하는 줄로만 알았던 빛이, 강력한 중력에 이끌리면 휘어진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예견했던 일반상대성이론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 비틀어지는 우주는 블랙홀과도 관련이 있다. 강력한 초질량을 가진 별은 블랙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됐다. 태양의 수천배 수만배 질량을 가진 슈퍼태양이나 중성자별은 빛을 살짝 휘게만 하지 않고 아예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말한다.

미국의 개기일식 잔치는 끝났다. 앞으로 수 만건에 달하는 물리학자들의 논문이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35년 9월 2일 개기일식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18년 후의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원도 북부를 비롯한 북한지역이 대상이라고 한다. 불현 듯, 평생 한번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는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창민(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