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편지(차용원)

2017-08-24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편지


가아(家兒)에게 보내던 안부 편지

이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하늘에서 와야 하는 편지



-차용원(시인)



가아(家兒)라는 말 앞에서 왠지 조심스러워진다. 남에게 자기의 아들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붉은 우체통을 스칠 때마다 심장이 멎도록 기웃거렸을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디카시다. 먼저 떠나보내고 난 후, 그 부재를 채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터. 상실에 대한 슬픔은 이와 같아서 남기고 간 흔적마다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게 되는 것이다.

최근 곳곳에서 ‘느린 우체통’을 보게 된다. 편지를 넣으면 육 개월 후 또는 일 년 후에 배송해 준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볼 때마다 기발하다는 생각에 엽서 한 장 넣고 싶을 때가 있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 내가 보낸 편지를 받을 그 누군가에게 말이다. 그러니까 저 우체통에도 뒤늦은 편지 한 통 배송될 수도 있지 않을까. 끝없이 기대를 해보는 것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