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경비 아끼려다 사고 났나

방폭등에 방폭기능 없어… 일부설비도 절반만 설치

2017-09-05     김순철
지난달 20일 발생한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와 관련해 STX조선해양이 무리하게 경비절감을 해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경 수사본부는 5일 브리핑을 열고 사고가 발생한 잔유(RO)보관 탱크에 설치된 방폭등 4개는 모두 방폭 기능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해경은 방폭등의 전구가 가연성 가스로부터 차단되기 위해서는 방폭 역할을 하는 글라스(전구를 감싸는 유리)와 그것을 봉합·밀폐하는 오링, 패킹을 제대로 설치해야 하는데 RO 탱크 안 방폭등에는 그런 것들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경은 STX조선해양이 원가절감 차원에서 방폭 역할을 하는 부품인 글라스를 교체하면서 방폭기능이 없는 가격대가 낮은 일반 글라스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방폭 기능이 있는 등은 깨지거나 파손될 경우에는 파편이 사방으로 향하지 않고 서로 붙은 채로 깨진다.

또 수사본부는 사고가 발생한 RO 탱크에 설치된 공기 배기·흡입관 등 환기시설의 수가 기준보다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해경은 공기 배기·흡입관의 수량이 STX조선해양 자체 작업표준서에서 명시된 것의 절반 수준인 배기관 2개, 흡입관 1개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본부는 애초에 작업 당시 설치된 환기시설로는 제대로 된 환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방폭 기능을 하지 못한 방폭등과 환기시설 부족은 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