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균형론
이홍구(창원총국장)

2017-09-06     이홍구
핵전략 이론 중 ‘공포의 균형론’은 상호확증파괴(MAD)를 기본으로 한다. 상대방을 전멸시킬 능력을 보유한 경우 생기는 공포로 인해 균형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폭탄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 핵무장 주장은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는 공포의 균형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독자 핵무장을 위해서는 한·미 간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핵무기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핵무기 비확산조약(NPT)’도 탈퇴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각에서는 ‘국가에 중대한 위기사태 발생 시 탈퇴할 수 있다’는 NPT 10조를 들어 탈퇴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과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을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전술핵 재배치는 독자 핵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높다.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1991년 남북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타결하면서 철수됐다. 이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이 한미연합사가 공동 운영하자는 것이 전술핵 재배치론인 것이다.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논의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핵우산에만 안주할 수 없는 현실적 북핵위기에 기초한다. 독자핵무장을 들고 나와 미국으로부터 전술핵 재배치를 받아내자는 전략적 접근방안도 이같은 절실함의 반영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과 정부의 의지다. 국가의 생존은 어떤 명분보다 앞서는 절대명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홍구 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