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아내의 흑마늘(김종태)

2017-09-05     경남일보
 



태연한 척 독한 듯

매워 보이던 당신

내가 큰 수술 받을 때

몰래 숨죽여 울던

그 가슴



-김종태



시커멓다. 몹시 속이 타 있다. 타다 못해 오그라들었으니 어떠한 상황 속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혹, 반백년을 살아오는 동안 당신들의 가슴은 어떠신가. 시도 때도 없이 덮쳐오는 급박한 소식들. 특히 내 가족이 포함된 일이라면 ‘심장이 썩어 문드러진다’는 표현까지도 가능하겠다. 느닷없이 닥친 곤경에 우리 어머니(아내)의 가슴, 자식들에게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 바깥으로 표현 못하고 몰래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면 오죽이나 했겠나.

폭풍이 한바탕 지나간 후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여느 날의 햇빛보다 훨씬 찬란하다고 하지 않던가. 흑마늘 담긴 접시가 참 뽀얗다. 이런 내 맘을 알아주는 사람 또한 가족이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