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공’의 벼락출세
이수기(논설고문)

2017-09-12     경남일보
청와대를 비롯, 중앙부처, 지차체 등엔 언제나 ‘늘공’, ‘어공’ 두 가지 부류의 공무원이 있다. ‘늘공’은 직업공무원으로 ‘정권과 무관하게 늘 공무원’이다. ‘어공’은 대통령, 단체장 등 주군의 당선에 기여한 선거공신 비(非)직업공무원으로 ‘어쩌다 공무원이 됐다’는 뜻이다.

▶공채 출신의 직업공무원은 모두 ‘늘공’이다. 새정부가 시작된 요즘처럼 ‘어공’은 정권의 정무적 필요에 의해 기용된 별정직 공무원을 주로 말한다. ‘어공’은 정치인, 언론인, 교수, 연구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출신이 다양하다.

▶운이 좋아 ‘어공’에서 ‘늘공’이 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가 당선자의 임기가 끝나면 정무직에서 떠나야 한다. 정권 초기엔 ‘점령군’처럼 힘과 꿈을 갖고 들어왔지만 주군의 임기가 끝날 쯤부터 다음 일자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정권초기에 떵떵거리다 주군이 떠남과 동시에 인공위성처럼 구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순간에 백수건달(白手乾達)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상당수 ‘어공’은 정권의 핵심 요직을 꿰차거나 정책 결정에 관여, 나라의 명운이 이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판에 얼쩡거리던 ‘어공’ 중에는 주군이 대통령, 단체장 등의 당선으로 20~30년 ‘늘공’을 앞서 하루아침에 장관급, 차관급, 1, 2급 등의 자리를 차지하는 벼락출세를 할 때도 있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