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갈림길

2017-09-14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갈림길


이제 서로의 길을 가야할 때,

푸른 동행을 추억하며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안녕

-김인애(시인)



그리 화려하지도 장엄하지도 않은 가운데, 삶은 언제나 그랬다. 무작정 앞길을 가로막고는 선택을 요구할 때가 허다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첫발을 내 딛기란 마치 벽을 타고 끝없이 오르는 저 넝쿨 같은 것. 여름의 끄트머리에 이미 당도해 있는 가을처럼 이 길 끝자락 즈음 나보다 먼저 당도해 있을 법한 또 하나의 길.

‘바라건대, 꼭… 안녕!’ 이별을 예견하는 말 앞에 서면 덜컥 겁부터 난다. 하지만 주저하지 말자. 때론 내게 주어진 길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우리는 묵묵 서로의 길을 가야할 때가 오는 것이다. 부디 길을 잃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저 벽을 푸르게 덮을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니./ 천융희 《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