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빨래판(전선용)

2017-09-17     경남일보
[경일시단] 빨래판(전선용)


노동의 이끼가 갈빗대마다 허옇다

거칠게 치대이면서 생긴 마모 현상

생각 각질이 눈가루처럼 날린다



한 생을 자투리 없이 헌신한다는 것은 선명한 지문을 지우는 일

다 닳은 어머니 신발 밑창도 사포질한 것처럼 반들거린다



구도자로 산 한 평생

움푹한 생의 변곡점에 새긴 경문



팔만대장경 장경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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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찌든 때들을 치대는 빨래판의 돌기가 헌신이라는 문양으로 경판처럼 오롯이 남았다. 치마를 안으로 포개고 가녀린 어께로 가족의 순색의 일상을 위해 땀을 다루시는 어머니. 닳아진 지문과 굳은살의 손마다가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거룩하시다. 구도자의 한 생이 장독대를 가르는 빨래줄에 펄럭이고 있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