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세월이 만든 멋

김귀현기자

2017-09-25     김귀현
취재 차 들른 서실과 ‘체험관’에서 묵향과 나무 향을 맡고 왔다. 이른 오전부터 속속 찾아든 이들이 제각기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장이었다. 두 장소 모두 대회에서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어서 들렀지만 그 곳에서 뜻밖의 환기를 얻고 왔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중에도 진주 ‘일목헌’ 소속 회원들은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았다. 망치질이 한창인 지라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점심 때쯤 제 때 식사도 마다하고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목소리에는 ‘늘 그랬다’는 듯한 느낌이 묻어있었다.

경상남도서예대전 대상 수상자인 배무선 씨를 만나러 갔던 서실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봤다. 오후면 분주해진다던 서실에서 오전부터 들른 이를 마주쳤다. 왜 작업에 매진하는지 물었을 때 대답이 나오기 까지의 시간은 짧았다. 두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좋아서 하는 일’을 잘 하기 위해, 그저 묵묵히 세월을 쌓았다.

평화로운 일상에서도 유용할 만한 시간은 길지 않다. 틈을 내서 할 일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종종 무료함을 느끼던 차에 무료한 줄 모르고 공부하는 이들과의 만남. ‘멋진’ 열정 앞에서 새삼 열없어진 마음이었다.

일목헌목재체험관서 인터뷰 말미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최해렬 씨는 “서각을 하려면 생나무를 들여와 꼬박 10년을 견뎌야 쓸 수 있다”고 했다. 무료함에 돌을 던져준 ‘멋’ 앞에서 깨닫는다. 10년을 버틴 나무를 두드리는 이들, 붓을 잡은지 10년을 훌쩍 넘긴 이들께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