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히치하이커(한성운)

2017-10-19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히치하이커(한성운)

차 전면 유리 위로 느닷없이 손을 흔들었다

더 늦기 전에 떠나고 싶다고 했다

기꺼이 나무도 허락했노라고 했다

물음표처럼 간절한 얼굴이었다

가을이었다



가로수 아래를 지날 때였다. 붉게 물든 한 잎의 낙엽이 차창에 달라붙는 순간, 아! 가을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방이 가을의 한 복판으로 모여드는 중이다. 격정을 이겨낸 지난계절이 가을로의 편승을 이미 시작한 것이다. 가야 할 때와 보내야 할 때를 이토록 정확히 아는 자연의 섭리가 놀랍지 않은가.

탑승을 요하는 듯한 낙엽을 맞닥뜨리자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묘사한 디카시가 참 기발하다.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한 여행에서 다른 사람의 차를 타려는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도로변에서 팔을 뻗어 엄지손가락을 들고 있는 모습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완전한 이별이 아님을 안다. 기약도 없이 다시 돌아와 우리 앞에 설 계절임을 알기에 기꺼이 이별을 잠시 고할 뿐이다. 가을, 옷깃을 여미는 가을이었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