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없으면 취업 못하는 세상
이수기(논설고문)

2017-10-26     경남일보
고용절벽·취업빙하기·청년백수·청년 실업시대·삼포시대의 단어들이 횡행하는 가운데 끝없이 이어지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청년 구직자들의 가슴이 멍들고 있다. 가히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한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흙수저’ 청년들은 밤잠을 거르며 입사 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국 ‘금수저’들의 ‘빽’에 밀려 들러리 노릇만 한 꼴이 됐다. 이런 자녀를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공기업의 ‘빽’ 채용 비리는 ‘반사회적 범죄’다. 전국 공공기관이 300여개가 넘지만 강원랜드의 90% 이상 ‘빽’채용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정치인·고위직 자녀들의 ‘빽’ 특혜채용에 서민들이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치인·고위직 말고도 ‘현대판 음서’인 신 권력층은 또 있다. 아버지가 정년, 질병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가족이 그 뒤를 잇도록 하고 있다. ‘빽’없는 자녀들은 더욱 갈 곳이 줄어든 것이다. 세상이 갈수록 약자에게 불리하게 변해서야 되겠는가.

▶공공기관의 ‘채용 청탁’은 공공연한 비밀로 ‘흙수저’ 취업 준비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힘’있고 ‘빽’있는 자녀들은 쉽게 취업하나 ‘빽’없으면 기회마저 잃고 취업을 못하는 세상은 공정사회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채용비리에 칼을 뽑아들었지만 경고로만 끝나지 않길 기대한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