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틈(백우선)

2017-10-29     경남일보
[경일시단] 틈(백우선)

틈은 태반이다.

바위에서도 풀과 나무가 자라는 것은
틈이 있기 때문이다.

땅과 하늘의 틈 속에 살면서
또 작은 틈을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바위로만 빛나는 바위도
틈을 잉태 중이다.
생명 마중을 멀리 가고 있는 중이다.

씨만 남기고 바위가 제 몸을
틈에게 주어버린 것이 모래알이다.
흙의 입자이다.

틈이 클수록
더 많은 뿌리들이
꽃을 피운다.

사람도 틈이 있어 아이를 배고
이웃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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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착상은 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완고의 저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소나무도 틈을 더 키우면서 생성한다. 파고들 공간이 있고 어딘가 등을 기될 때가 있어야 곁이 될 수 있다. 투영한 유리창에서는 기생할 수 없는 것처럼 지나친 온전은 고립일 수도 있다. 가지의 틈새에 피는 이파리처럼 한모서리쯤 내어주는 용기도 필요하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