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왔던 것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나요
황진혁(작가)

2017-10-30     경남일보

지난 주 모교에 강연을 다녀왔다.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했으면서도 전공을 이탈해서 살고 있는 내가 과연 어떤 이야길 들려줄 수 있을지 고민됐지만 끝내 ‘나는 후배들을 만날 자격이 있다’는 판단을 갖고 용기를 내어 그들 앞에 섰다. 비록 이제는 음악활동을 하지 않으나, 지금도 내게는 여전히 스스로가 예술학도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예술가가 하는 일이므로 대학 시절에는 음악이라는 수단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는 이렇게 글이나 말로서 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창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을 시기인 대학생들에게 굳이 나까지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역시 그들 만할 때 열심이지 않았는데 어쩐지 분수에 맞지 않은 소리일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말했다. ‘부디 나처럼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꾹 참고 인내해서 진짜 뮤지션의 길을 걸어가시길 바란다’는 말과, ‘훗날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 스스로의 위치에서 최선이어야만이 그때에도 자신이 서 있는 그 어떤 곳에서든 최선일 수 있으며 자신에게 쌓여온 것들을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기에 따라 양 갈래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한 갈래인 충고와 함께 부디 예술을 공부하는 이들답게 삶을 예술의 경지로 살아내기 위한 고민과 성찰을 포기하지 말자는 조언으로 강연을 마쳤다.

어쩌면 나도 지금처럼 글을 쓰고 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국문학과 같은 곳엘 갔음이 좋았으리라. 허나 그렇지 못한 과정을 거쳐 지금에까지 왔음도 후회될 건 없다. 음악을 공부했기에 ‘부족함이 풍요로운’ 내 삶에 여유가 존재할 수 있었고 여행에서 얻는 감성을 그대로 글에 옮길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도 음악을 통해 배웠으며, 음악 덕택에 문학을 공부한 친구들보다 훌륭한 글을 써내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들의 정서에는 없었던 색다른 글들도 써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음악가로 살고 있지는 않아도 분명 음악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내 모습들 아닌가.

이전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나는 무슨 일이든 남들보다 서툴러’라며 의기소침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믿길 바란다. 자신을 믿길 바란다. 살면서 당신의 인생으로 쌓여온 것들을 믿길 바란다. 그렇게 스스로가 무엇이든 잘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파이팅하기를 바란다.

 

황진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