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서리 속 국화
정영효(객원논설위원)

2017-11-01     정영효
올해 첫 서리가 지난달 31일 내렸다. 첫 서리가 내렸음에도 굳건하게 만개해 있는 국화의 모습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마산 가고파국화축제 등 국화를 주제로 한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전국이 국화 향기에 취해 있다. 국화의 아름답고 그윽한 향기는 도시의 찌든 마음을 청량하게 하고, 깊어가는 가을의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국화는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일찍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지칭되어 왔다. 서리를 맞으면서 홀로 피는 국화의 모습에서 우리의 선인들은 고고한 기품을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시인 묵객들은 국화를 시나 수묵화의 소재로 활용함으로써 스스로 정신적 고결함과 여유를 찾았다.

▶늦가을 심한 서리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외로이 피어 있는 모습은 절개로도 상징된다. 국화는 현대인들에게 무한한 도움을 주고만 있을 뿐, 결코 자랑하거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항상 겸손했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군자다. 그래서 국화를 일컬어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한다.

▶지금 서민들의 마음에는 찬서리가 내려 있는 것 같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서민들에게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들다. 늦가을에 내리는 찬서리 못지않은 냉냉한 기운이 가득하다. 경제 위기라는 찬서리는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계층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찬서리를 이겨내는 국화 처럼 서민들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이겨냈으면 한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