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계미(雉鷄米)

2017-11-06     경남일보
절기와 세시풍속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그 즈음이면 벌이는 행사들이 있다. 입동(立冬)즈음이면 겨우살이에 필요한 곡식을 저정하고 겨울을 잘 지내게 해달라는 고사를 지낸다. 김장 준비로 바빠지고 이 때 담그는 장맛이 최고라 하여 햇콩으로 장 담그기에 바빠진다.

▶자연의 순리이다. 나무와 풀, 곤충이 겨울나기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도 겨울준비에 나서는 것이다. 바로 입동즈음이다. 이듬해를 위해 보리파종을 서두르고 나면 비로소 생각나는 것이 있다. 추위를 견디기에는 체력이 달리는 노인들을 잘 모셔서 새 봄을 맞이할 준비이다.

▶그래서 세시풍속에는 입동즈음 치르는 치계미라는 행사가 있다. 꿩과 닭, 그리고 쌀이란 뜻으로 원래는 사또의 반찬값이란 의미의 촌지를 두고 한 말이지만 노인을 공경하는 잔치를 같은 의미로 추계미라 했다. 꿩이나 닭으로 요리를 하고 햅쌀로 밥을 지어 노인들을 공경하는 잔치를 이즈음에 벌인 것이다.

▶오늘이 입동(立冬)이다. 치계미(雉鷄米)는 없을지라도 주변의 노인시설을 돌아보며 겨울나기를 점검해 볼 때이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의 겨울은 긴 고난의 연속이다. 풍요속의 소외는 더욱 견디기 힘들다. 치계미를 하는 심정으로 소외계층을 돌보는 인보정신은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입동즈음에는 치계미정신이 필요하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