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背信)
이수기(논설고문)

2017-11-07     경남일보
요즘 들어 배신(背信)이란 말이 부쩍 회자(膾炙)된다. 함께 일한 사람을 믿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배신이 때때로 일어난다. 배신은 ‘믿음과 의리의 저버림’으로 사람살이에서 일어나서도, 해서도 안 될 금기 행위이다. 배신은 상대적 개념으로 내가 하면 대의(大義), 남이 하면 배신이다. 세상에 배신당했다는 사람은 많아도 배신했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설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것이 ‘배신의 정치’였다. 최순실로 인해 영어의 몸이 됐고, 특수활동비를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받았다고 생존을 위해 결정적인 진술을 한 이재만 문고리 실세들의 순장보다 배신으로 또 치명타의 곤욕을 당하게 됐다

▶아버지 박정희는 배신과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그 역시 김재규·차지철 같은 측근배신으로 끝장났다. 적이 아닌 ‘같은 패거리’에 피살됐다. 군사독재자의 배신행렬은 도도히 계속, 전두환·노태우 등 ‘30단에 모인별들’이 육군참모총장 정승화에게 총을 들이댔다. 노태우는 훗날 ‘그날 동지’ 전두환을 배신, 백담사에 보냈다.

▶대부분 자신을 키워 줄 보스나, 자신의 숨통을 쥐고 있는 권력자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한다. 상황이 바뀌어 보스가 권력을 잃거나 힘이 빠지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배신도 흔하다. 사람을 잘못 쓰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