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女湯)
정승재(객원논설위원)

2017-11-09     경남일보
유아기에 여느 아이들처럼 어머니를 따라 목욕탕에 갔다. 그곳이 여탕인줄은 몰랐지만 그랬을 것이다. 어머니가 언제나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입욕장에 들고 나가는 장면들은 또렷이 생각나지만 어떤 것도 다른 기억이 없다. 그런 목욕탕이 이제는 사우나나 찜질방 이름으로 어디에서나 성업이다. 특히 찜질방은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아 국제적 관광상품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여탕에는 남탕처럼 자유롭게 무한정 사용하는 수건과 비누비치가 거의 없단다. 입장시 한장 또는 두장을 별도로 제공하며, 들어갈 때 몇 천원에 빌려주고 퇴장시 반납하면 환불받는 곳도 있단다. 훔쳐갈 우려 때문이리라. 수건에 ‘훔친 타월’, 이라든지, ‘돌려 주세요’라는 문구를 새긴 것도 종종 본다.

▶영업하는 목욕탕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한해동안 수천장의 수건이 없어진다는 업주의 엄살을 듣자면 고개도 끄덕여진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보다 도둑질을 많이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하의 영업방침이다. 여성을 잠재적 절도범으로 보는 시선에서 비롯됨이다. 성차별이며 여성인권 침해로 볼 만 하다.

▶바꿔야 할 문화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해당 자치단체에서 매우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속적인 계몽과 권장을 병행하면 바꿀 수 있다. 더 절실한 것은 무료로 빌려주는 수건과 비누는 엄연한 목욕탕의 재산이라는 고객의 확고한 인식에 있을 것이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