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나이가 든다는 건

2017-11-09     경남일보

나이 든다는 건

 

봐주는 이 없고 
들어주는 이 없이
결국엔 혼자된다는 것.

시리도록 파란 하늘엔 
새 한 마리 기웃대지 않는구나.
-김종순



 



‘빈 둥지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성장한 자녀들이 서서히 부모 곁을 떠나기 시작할 때 중년 주부들이 갖는 공허한 심리상태를 이른다. 살아오는 동안 가치를 두었던 삶의 목표와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위기가 시작된다고, 정신분석학자 융은 그 시기를 40세 전후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물들어 가는 게 삶이 아닐까. 사방이 빈 곳으로 가득차기 시작할 때가 오는 것이다. 빠져 나간 자리가 마치 절벽 같을 때가 있으며,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며 쓰디쓴 웃음을 지어보게 되는 것이다. 자꾸만 목이 길어지는 짐승마냥 시린 허공을 향하여 누군가 기다리는 듯한 저 한그루 우듬지 끝으로 자꾸만 시선이 가는 까닭을….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천융희 《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