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달콤한 상상(최영욱)

2017-11-12     경남일보
달콤한 상상(최영욱)


개가 되는 것이다
팔을 버리고
직립을 버리고
네발로 기는 것이다
유순하게 앞발을 모우고
더러는 비비고 핥기도 하면서
꼬리를 만들어 흔들어 보는 것이다
세상 한 번 편하게 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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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과 관념에 따라 기울기가 다를 수 있다. 협력이 협잡될 수도 있고 이해와 배려가 어용이 될 수 있는 세태. 옹골찬 기개로 살고자 하지만 녹녹치 않은 현실세계에서 처세라는 명분으로 비켜가고 등을 떠밀린 적도 귀를 닫은 적도 없지 않다. 화자(話者)의 기개를 본다. 타협의 혼란 속에서 줏대 있게 버티는 처절한 단면이다. 시대의 양심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기갈이 가슴에 못으로 꽂힌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