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름다우니까 청춘
황진혁(작가)
언제부턴가 ‘3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취업문이 좁아질수록 ‘5포 세대’, ‘7포 세대’로 가더니 이제는 다 포기 한다는 뜻에서 ‘다포세대’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게다가 그 다포세대들은 대한민국을 지옥에 비유하며 ‘헬 조선’이라고 부른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된 원인으로는 대개 시대적인 문제가 주로 꼽히고 있으며, 제도적인 문제들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부모세대의 양육방식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럴 때 정계와 교육계는 손을 맞잡고 시대적인 문제와 제도적인 문제를 모색하고 해법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더 이상 경쟁으로 내몰지 말고 협력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청년 세대에게도 필요한 일이 있다. 세상의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의미 있는 행동이지만 당장 내 자신부터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서 내적인 문제는 어떤 게 있는지도 성찰해봄직하다. 동세대인 나는 스스로를 키울 수 있는 힘이 ‘나를 사랑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어쩐지 요즘 우리는 상처받기에 바쁘고 익숙해서인지 이런 게 잘 안 된다.
즉,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까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에 소질이 있는지 모른다. 그로 인해 내 모습은 싫어하고 눈에 보이는 타인의 인생을 부러워하고 또 질투한다. 그 때문에 타인의 부족함을 감싸주지도 못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관계로 나를 키우지도 못하고 타인을 사랑해줄 여유조차도 없어진 것이다. 이러니 혼자 하는 일도, 같이 하는 일도 하는 것 마다 풀리는 게 별로 없다.
결국은 내 운명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내 인생도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키워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것을 고쳐가야 하는지 알고 나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가는 것이다. 해서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스스로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도 받고 그들을 사랑해줄 여유도 생긴다.
언젠가 유행처럼 번졌던 김난도 교수의 책 제목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지금까지도 읊조리고 있는 벗들이 있다면 류시화 시인의 책 제목으로 응원을 보낸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황진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