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정승재(객원논설위원)

2017-11-16     경남일보
중등교육을 마치고 고등교육인 대학에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이 어느 정도이지를 가늠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이 지진여파의 천재지변으로 연기되는 사태를 맞았다. 1994년에 처음 실시한 이래 처음이며, 이전에 있던 비슷한 평가시스템인 학력고사, 또 그 이전의 예비고사 시대에서도 없던 일이다.

▶과거 약 백만명에 육박하던 수험생이 이제는 60만명 정도로 줄었으나, 학부형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에게 연례행사처럼 부담을 안긴다. 연관된 교육 비즈니스가 엄청나며, 이를 결부시킨 상업적 마케팅도 도처에 기승이다.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

▶하나의 정답을 선택하는 5지선다형의 객관식으로 치러지는 수능은 전국의 수험생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문제를 본다. 평가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앞세운 일제고사다. 다양한 방식의 창의적 발상보다는 외우고 찍는 주입식이며 획일적 사고를 양산시킨다. 정해진 기간내에 빨리 채점하며, 정답에 대한 누구의 이의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루에 일제히 치르는 입시제도를 다시금 살펴 볼 때다. 12년간 갈고 닦은 수험생의 능력을 단 한번의 기회로 재단하는 것은 어떤 잣대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국가의 역량을 따지고 민도(民度)도 견줘봐야 한다. 기계로 빠른 채점이 왜 필요한지, 학생을 뽑을 대학의 자율에 왜 맡길 수 없는지, 주관식 문항의 답에 모두가 승복할 수험생이나 학부형의 수용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쉬운 일은 아니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