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집단 휴업

2017-11-23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집단 휴업

아파 누울 때까진 벌어야 산다더니

늙은 해녀들, 좌판도 걷어치우고 어딜 가셨나.

단풍놀이 가서도 망사리 생각일랑 마세요.


*망사리 : 해녀가 채취한 해물 따위를 담아 두는 그물 망태.


-강옥


주홍빛 테왁이랑 망사리가 혼연일체 되어 질서정연하다. 그러니까 걷어치운 게 아니라 삶의 현장에 언제든지 출동할 완벽한 준비태세인 것이다. 변덕스러운 바다를, 바다보다 더 짠 눈물을 아주 잠깐 물리고 떠났을 단풍놀이. 허리에 탯줄처럼 감았던 무거운 납덩이를 은근슬쩍 풀어놓고 간만에 떠나보는 가을놀이다. 그렇다면 집단 휴업이 아니라 아주 유쾌한 담합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평생 해온 물질인데 어찌 잊을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해녀는 전 세계에서 제주와 울릉도 그리고 일본 일부 지역에만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제주 구좌읍 하도리 마을에서 물질을 하는 20명의 인간문화재급 해녀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적이 있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