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른 송년회

박현영기자(미디어팀)

2017-12-14     박현영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은 좌절모드다. 이야기들이 아슬아슬하다 못해 짠하다.

결혼을 앞둔 친구들은 서울은 집값이 비싸서 신혼부부 전세대출만으로 집을 구하는 건 어림없다고, 2세는 꿈꾸는 것만으로도 사치라 한다. 그런 친구들을 보며 이제 직장인이 된 친구들은 한숨이다. 부럽기도 하면서 두렵다. 그러다 아직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에게 언제 취업할테냐며 채근이다. 반가운 마음은 잠시, 걱정이 태산을 만들어 버렸다.

모임의 주제는 결국 ‘돈’이었다.
적성과 흥미에 맞는 일을 하고 싶어 하던 꿈 많던 대학 새내기들은 10년 뒤 모여 앉아 수입과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뭐가 됐던 그 직업은 최고의 직업이란다. 꿈만 쫓아가기엔 버거운 나이라고도 한다.

카드뉴스를 위한 소재를 찾던 중 발견한 통계청 자료도 현실 속 우리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사회 조사 결과’의 직업선택 요인에 따르면 10대 때는 36.3%가 적성과 흥미를(수입 28.2%, 안정성 17.6%)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20대, 30대를 거쳐 50대가 되면 적성보다(13.1%) 수입(43.4%)과 안정성(28.7%)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마도 나이만큼 눌리는 무게감 탓일 테다.

한숨 섞인 잔이 오가던 조금 이른 송년회는 월급에 비해 너무 오른 물가 탓에 한치 앞의 내일도 꿈꿀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하며 끝났다. 돌아오던 길의 겨울 칼바람은 어찌나 살을 에던지…

부디 내년 모임은 각자 한숨의 무게를 1g 정도 덜고 만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