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정책 이래도 되나?

김순철 (창원총국취재부장)

2017-12-25     김순철
 


지난 11월 1일부터 진주와 사천, 남해·하동군 등 도내 4개 지역에서 순환수렵장이 개장됐다. 그러나 해당 시군은 한달도 안돼 AI 확산 우려가 있다며 수렵장 조기폐쇄 수순에 들어갔다. 수렵인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하동군은 지난 주부터 재개장했고, 나머지 수렵장은 재개장할 뜻이 없어 보인다. 수렵인들 이동에 따른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우려가 있다는게 이유지만, 총소리 등 각종 민원이 잇따르는 것이 크게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AI가 발생할 때마다 수렵장 조기 폐쇄 수순이라는 형태가 매년 되풀이되자 수렵인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수렵인들은 “우리가 AI 전파 매개체냐”며 “정 조류인플루엔자가 우려된다면 국민들 전부 이동 통제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적절한 야생동물 개체 수 조절은 AI 예방을 위한 한 방편이 될 수 있지만 이를 간과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AI 확산이 우려된다며 전국적으로 조기에 수렵장 운영을 중단했는데도 AI가 확산된 것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렵인들은 총기 안전관리 정책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수렵용 총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총포소지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발급해주는 정신감정서를 첨부해야 하고 총기를 출고하기 전에 수렵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2사람 이상의 수렵인들이 출고부터 입고까지 동행해야 수렵을 할 수 있도록 총기 안전관리 지침을 강화했다. 총기 안전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수렵시 2인 이상 동행’ 제도는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데다 동료 엽사에 의한 총기 사고가 가장 많은 걸 감안하면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트럭 등 대형차량으로 인한 졸음사고로 매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옆 좌석에 조수를 동행할 것을 의무화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형차량 운전사는 몇 명이나 될까? 레저를 혼자서 즐기지 못하는 이상한 정책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수렵정책은 또 있다. 5년 주기로 수렵면허를 경신해야 하는데, 몇 년 전부터 면허 경신 때마다 5만원의 교육비를 내고 5시간 가량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만 면허를 재발급하거나 신규 발급해주고 있다. 신규발급자나 총기 안전사고, 불법수렵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안전관리 강화 차원이라는 측면에서 수긍할 수 있겠지만 수십년 동안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는 재발급자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이중규제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허가’는 법령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특정의 경우에 특정인에 대하여 해제하는 행정처분이며, ‘면허’란 일반인에게는 허가되지 않는 특수한 행위를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용해주는 행정처분을 말한다. 총포소지허가증은 폭력 등 전과조회와 정신감정까지 받아야 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발급해주고 있다. 수렵면허는 시험까지 치러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발급해주고 있다. 총포소지허가증이나 수렵면허증을 발급했다는 것은 행정관청에서 허가기간 동안 밀렵행위로 적발되거나 총포 안전관리를 위배했다는 등의 별다른 사정이 없는한 계속 사용을 허락했음을 의미한다. 총기라는 특수성이 있다지만 수렵정책은 행정편의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짙다. 이같은 이유로 ‘2인 이상 동행’ 수렵제도나 면허 경신 정책 등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개정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