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맞은 일반기탁 문화, 다시 불 지피자.

2017-12-26     경남일보
경남 도민들의 기부참여가 일반기탁 대신 기부대상을 처음부터 지정하는 지정기탁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건 달라진 도민들의 기부 방식이다. 그간 도민들의 기부참여는 기부수혜자를 지정하지 않는 일반기탁이 더 많았다. 지난 2015년부터 기부대상을 지정하는 지정기탁의 비중이 앞지르기 시작했다. 현물은 냉·난방기 등 물품 기부로 기부자의 의사를 물어 처리하기 때문에 100% 지정기탁에 해당한다. 기부금을 모집해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사적으로 유용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하면서 일반기부문화를 얼어붙게 하고 지정기탁이 늘고 있다.

어금니아빠 사건 등으로 전체적인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사회공헌 사업이나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부금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정기부는 장기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문제는 지정기탁의 지나친 증가는 “일반기탁 못믿겠다”는 것으로 작년 도내 모금액 67% 차지는 특정지역과 시설, 단체로 기부의 편중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반기탁보다 지정기탁이 늘고 있는 것은 ‘기부 불신’에서 비롯됐다. 시민들의 기부심리가 지정기탁으로 변한 것은 십시일반 내놓은 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반기부 민심이 더 싸늘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는 일반기탁 분위기를 해치는 악재와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

기부는 우리 공동체를 살리는 아름다운 선(善)이다. 일반기부에 대해 ‘기부 포비아(공포증)’란 말까지 생겼다. 자선단체에 대한 불신감 해소 없이는 나눔과 기부 문화가 앞으로도 꽁꽁 얼어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 한파 맞은 일반기탁 문화를 다시 훈훈하게 불 지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