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사다난 합시다

김지원 기자(미디어팀)

2018-01-01     김지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새로 생긴 365일을 어떻게든 살아내고 나면 연말에 우리는 ‘다사다난했다’라는 말로 그 한 해를 갈무리 한다. 따지고 보면 1년 365일을, 진주만 해도 33만명이, 우리나라 전체로 5100만명 남녀노소가 경향각지에서 수백수천가지 일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찌 ‘다사다난’하지 않을 수 있겠나.

지난 한 해 우리사회는 ‘여성’의 목소리가 제법 들려온 한 해였다. ‘밥·꽃·양’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1998년 울산 현대자동차 총파업을 다루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구내식당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정리해고에 반발해 시작했던 파업은 노사가 277명의 정리해고안에 합의해 끝이 났다. 이중 144명이 구내식당 아줌마 전원 이었다. ‘밥 하는 아줌마들은 투쟁의 꽃이었다가 정리해고의 희생양’이 되었다.

영화 ‘1987’이 당시 민주화시위에 나섰던 ‘여성’을 제대로 조명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 요 며칠 사이 일고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를 다루고 있는 ‘1987’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습관적으로 ‘여성’을 빼고 나아가는 사회에 대한 울분이다. 혹자는 지난해 ‘촛불혁명의 출발지’ 이화여대도 30년쯤 지나면 세간의 인식에서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도 한다.

올 한 해 우리가 만나게 될 ‘다사다난’을 극복할 주인공은 ‘여초’가 되길 바란다. 우리사회는 여성이라 참고, 양보하고, 희생해야 했던 그 시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드라마 ‘전원일기’ 밥상이라는 사진이 SNS에 떠돌았다. 남녀가 유별하고, 할머니는 그나마 손주와 밥상을 받았지만 정작 밥상을 차린 이들은 부엌 바닥에 둘러 앉은 사진이었다. 같은 밥상에 앉았으니 이제 된거 아니냐고 말한다면 아직 멀었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