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二重)언어
정승재(객원논설위원)

2018-01-10     경남일보
유아기에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서는 의무교육에 대비하여 영어 등 여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만 6세 이전의 아동이 대상이다. 이 시기는 신체의 급격한 성장을 가져오고 고유한 정서가 분화되며, 짧지만 폭발적 인지발달을 가져온다. 이 때의 이중(二重)언어, 영어교육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가 취학전 영어교육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가 엄청난 반발이 제기되자,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물러섰다. 정부에 의한 일방적 규제, 학부모의 선택권 박탈과 같은 현실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그 효율과 효능성도 도마에 있다.

▶출생후 처음 습득한 언어, 정체성 기반,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말과 글, 제일 많이 사용할 언어의 총칭인 모국어가 안착되기 전인 아동기의 언어적 부작용이 핵심이다. 찬반과 연관된 절대적 우세를 보이는 이론은 없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한다. 다만 이중언어에 대한 완전한 분리 능력은 그 시기에 존재하지 않음은 확실하다.

▶대부분 사람의 생애를 통해 활용영역, 사용기회가 거의 없을 영어 집착은 소모적이다. 영어로 생활 혹은 생업을 영위하는 부류가 별로 없다. 말과 글이 직업인 사람도 모국어인 한국어의 중문과 단문, 복문과 혼합문의 혼동에, 맞춤법 기초도 충분치 않은 사람이 많다. ‘인간발달’도 한 축으로 미국서 5년을 유학하였다. 특별한 사연과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유아기의 영어교육을 권장하고 싶지 않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