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춘부(待春賦)
변옥윤(객원논설위원)

2018-01-16     경남일보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기에/ 호흡은 가파도 이토록 뜨거운가(중략)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모여사는 것이다. 신석정 시인의 시 대춘부(待春賦)의 일부이다.

▶지금이 그 즈음이다. 이번 주말이 대한이고 곧이어 절기는 우수로 치닫는다. 봄은 아직도 저만치 멀리 있지만 기다리는 마음은 설레이기 마련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려 짱짱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그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평창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남북이 다시 만나 올림픽 공동참가를 의논하고 있다. 아마도 북에서는 선수단과 함께 공연사절단이 올 모양이다. 이 추운 겨울에도 우리의 핏줄 속에는 봄을 그리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북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남측은 ‘우리는 우리끼리’라는 민족화해의 봄을 기다리는 뜨거운 몸짓이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30년만에 하계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동계올림픽 등 메이저급 스포츠제전을 모두 개최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이 경사스러운 잔치에 북한이 함께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신석정 시인은 이미 예견한 듯 그 차가운 계절에 대춘부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혈관 속에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었기에… 어쩔 수없이 우리는 우리끼리 모여 사는 것이 숙명이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