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만델라와 용서교육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2018-01-22     경남일보
바야흐로 영화 천만 관객시대다. 최근 ‘신과 함께’가 16번째 천 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니 한국영화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 10여 년 전 스크린 쿼트 축소에 반발하여 시위하던 인기 배우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 때와는 참으로 상전벽해다. 하지만 천만 영화라도 상영 당시의 감동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주제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다시 떠오르는 영화가 ‘만델라’이다.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Long walk to freedom)’이란 부제가 붙은 이 영화는 남아공 흑인 지도자 만델라 대통령의 삶을 담고 있는데, 평화와 용서, 그리고 화해가 영화 전편에 흐르기에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용서(容恕)! 수필가 민태원 버전으로 말하면 이는 듣기만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왜냐하면 용서만이 진정한 화해와 화합에 이르게 하여 온전한 통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께서도 ‘진실한 용서가 자신의 도’라 하셨고 학교에서도 잘못을 저지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것을 정리하는 ‘징계말소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도 결국 용서를 통해 거듭나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만델라라는 한 인물을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그가 인종 평등을 위해 싸운 인권운동가이자 투사여서가 아니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27년의 옥고를 겪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그가 보여준 ‘용서와 화해’의 실천자로서의 덕목일 것이다. 만델라는 폭력적인 그의 지지자들에게 끊임없이 평화를 호소했고, 대통령 취임식장에 그를 핍박했던 교도관들을 초청했으며 자신의 목숨을 책임질 경호원에도 백인들을 기용했다. 특히 ‘화해 진실 위원회’를 설치하여 7천여 건의 사면 요청과 9백여 건의 사면을 처리했다. 정치 보복은 일절 없었다.

천만 영화가 판치는 오늘날, 20여 년 전 영화 ‘친구’에서의 대사 “마... 마이 무웃따 아이가, 고마해라.”가 떠오르고 적폐 청산을 외치는 그룹이 또 다른 적폐는 아닌지 의구심이 생기는 새해 벽두에, 한국의 변방 한 고등학교 교장의 근심은 참 크다. 과거를 용서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만델라 같은 지도자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들로.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