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가치에 대해

김귀현기자

2018-01-23     김귀현
우리 지역에는 멀고도 가까운 혹은 가까우면서도 가까운 줄 모르는 문화유산이 넘친다. 특히 후자의 경우 남명 조식 선생. 내게는 그랬다.

남명과 연이 닿은 지역은 알아도 경의검과 성성자 외에는 아는 것이 손 꼽혔다. 단성소를 알면서도 1000원권 지폐 속 퇴계 선생이 더 익숙했다. 그래서 기획기사를 작성하기 전 선생은 막막한 존재였다. 조선시대 거유, 벼슬을 거부하고 일생을 초야에서 보낸 처사, 서릿발 같은 상소문. 머리로 몇 가지 키워드를 생각하고 있을 때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병련 남명학연구원장의 말이 꽤 오래 맴돌았다. “기자님처럼 젊은 사람들은 남명학에 대해 말하면 어렵고 고루하게 느끼잖아요. 잘 모르기도 하지요. 꼭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 없어요. 가령 ‘이렇게 살면 멋있다’하고 롤 모델 삼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남명 선생입니다.” “존경도, 연구도 좋지만 ‘나’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선생께서 바라지는 않으실 거예요.”

김경수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과의 인터뷰도 같은 맥락이었다. 왜 거창해야 하고 어려워 해야 할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을까. 책 속의 경의와 실천을 반복해서 읽었지만 무심했다. 선생은 우리 곁에 있는 존재이자 ‘알쓸신잡’이었다. 알아두면 ‘쓸모있고’ 신기한 잡학사전. 학문이 깊은 분들이야 웃을 일이지만, 내게 선생은 좀 더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텔레비전을 켜지 않아도 주변에는 ‘알쓸신잡’이 널렸다. 가까이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너무도 몰랐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지역에 밴 선생이 우리와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사소한 것부터 들추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