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국가대표 이미현의 '특별한 꿈'

미국 입양아 출신 국적회복 출전…"메달 따서 부모 찾고 싶어"

2018-02-08     강진성
한국말이 서툰 한국인 이미현(23).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단 19명 귀화선수 중 한명이다.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종목에 출전한다. 스키로 활강하면서 공중 곡예를 하는 경기다.

다른 귀화선수와 달리 그에겐 특별한 사연이 있다. ‘1994년 10월’ 그리고 ‘진주’.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것이 전부다. 이듬해 만 한살이 되기 전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미현’이라는 이름은 이때까지만 썼다. 미국에선 ‘재클린 글로리아 클링’으로 살았다. 그는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가정에서 자랐다. 세살 무렵 양아버지를 따라 스키를 시작했다. 스키에 재미를 느낀 그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까지 써가며 실력을 키웠다. 14살 스키선수로 정식 입문했다. 19살이던 2012년 경기에 나섰다가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재활에 나섰지만 미국 국가대표 꿈은 멀어졌다.

대신 모국과 인연이 시작됐다. 스키 강사로 한국 땅을 밟았다. 김주용 평창올림픽팀 코치가 제안한 덕분이다. 선수들을 가르치던 그는 올림픽출전 꿈이 되살아 났다. 김 코치도 그를 도왔다.

2015년 12월, 20년만에 다시 한국인이 됐다. ‘재클린’이란 이름을 버리고 입양 당시 이름인 ‘이미현’을 되찾았다.

모든 올림픽출전 선수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그 역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숨은 이유가 있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다. 3년 전 입양기관을 찾았지만 ‘1994년 진주’라는 단서말고는 소득이 없었다. 당시 입양정보를 잘 알던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친부모를 찾을 방법은 스스로 유명해지는 것뿐이다. 올림픽 메달을 획득해 그의 사연이 알려진다면 연락이 닿을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허황된 희망은 아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대표로 출전한 토비 도슨이 친아버지를 찾았다. 마침 토비 도슨은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감독으로 있다.

이미현은 핏줄을 찾기 위한 마지막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경기 전 최상 컨디션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지난해 11월 부상당한 오른쪽 무릎 회복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올림픽에선 최종 결선 8명에 오르는 것이 첫 목표다. 이어 3위 안에 들어 시상대를 밟아야 한다. 자신의 최고 기록은 지난해 1월 이탈리아 스키월드컵 7위다.

이미현은 2월 17일 오전 10시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슬로프스타일 예선 경기에 나선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